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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팬데믹 때 주춤하던 한인 자살 다시 증가세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줄었던 자살자가 다시 늘고 있다. LA카운티 정신건강국(DMH) 등 보건당국은 팬데믹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이 늘었다며 정신건강 교육 및 자살예방 활동 강화에 나섰다. 자살 예방 주간(National Suicide Prevention Week, 9월 10일~16일)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한인이 극단적 선택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인식전환을 당부했다. 지난 10일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공개한 전미 자살자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총 4만9449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자살자는 전년 4만8183명보다 2.6%나 늘었다.   성별로는 인구 10만 명당 14.4명(남성 22.8명, 여성 5.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종별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는 원주민/알래스카 원주민 28.1명, 백인 17.4명, 태평양계 12.6명, 흑인 8.7명, 아시아계 6.8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2년 한인 자살자는 235명으로 전년 203명보다 15.7%나 급증했다. 한인 자살자는 2018년 232명, 2019년 205명, 2020년 179명으로 계속 줄었지만 2021년부터 다시 늘어나고 있다. 〈표 참조〉   2021년 기준 연방센서스국에 따르면 전국 한인 인구 추산치는 194만5880명(한국계 모두 포함)이다. 이를 토대로 한인 인구 10만 명당 자살은 약 11.8명으로 아시아계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LA카운티 정신건강국 김재원 트레이닝 코디네이터는 “팬데믹 기간에는 다같이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돕고 보호하는 분위기 속에 자살자가 줄었다”면서 “펜데믹이 잠잠해지면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가진 분들은 다시 ‘고립’될 위험이 커졌다. 정신건강과 자살예방을 위한 초기대응 기술을 적극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과 전문의에 따르면 ‘우울증, 양극성장애, 불안장애, 약물중독, 과도한 스트레스, 큰 정신적 충격’은 자살 충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평소 신체건강에 신경쓰는 만큼 정신건강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의학적 기준 우울증 항목은 ▶슬프고 울고 싶은 감정 ▶평소 흥미를 느꼈던 활동 관심 저하 ▶체중 및 식욕 변화 ▶과한 수면 또는 불면증 ▶무기력증 ▶자존감 저하 및 잦은 죄책감 ▶사고력 및 집중력 감퇴 ▶자살 등 죽음 관심  ▶삶의 의욕 상실이다. 위 항목 중 5가지 이상 해당하고, 증상이 2주 이상 나타나면 ‘주변에 도움 요청 및 상담’을 꼭 받는 것이 좋다.   정신건강 상담전문가는 우울증 또는 자살 전조증상을 겪는 당사자는 내면의 아픔을 ‘적극 표현’하고, 가족과 지인은 그 말을 ‘유심히’ 듣고 ‘대화’를 나누라고 당부했다. 이웃케어클리닉 문상웅 심리상담가는 "주변에서 누군가 자살하고 싶다고 말하면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처한 상황에 공감해주고 (자살 시도 등) 위험요소를 제거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증 우울증이나 자살 생각에 빠져 있을 때는 ‘약물이나 술’을 멀리해야 한다. 약물과 술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충동성이 높아져 자살 위험이 높다고 한다. 김자성 정신과전문의는 “현재 본인이 처한 힘든 상황을 전문가 등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시도가 가장 큰 ‘관문'이자 상황 개선 가능성의 순간”이라며 “우울하고 힘든 상황을 수치나 실패로 여겨선 안 된다. 전문가와 이야기를 통해 상황을 객관화하면 현재 처한 상황을 개선할 의지와 희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LA카운티 정신건강국 핫라인(800-854-7771, 한국어 6번), 한인가정상담소(213-389-6755), 이웃케어클리닉(213-235-1210), 한인타운청소년회관(213-365-7400), 전국 자살방지 핫라인(988)은 정신건강 상담을 제공한다.   LA카운티 정신건강국은 자살 예방 주간을 맞아 9월 14일 오전 8시~오후 5시 캘리포니아 엔다우먼트(1000 N. Alameda St)에서 정신건강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참석 희망자는 온라인 예약(eventshub.dmh.lacounty.gov/Account/Events/Conferences/Splash/12103)을 하면 된다.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증가세 한인 정신건강과 자살예방 한인 자살자 명당 자살자

2023-09-01

[오픈 업] 가족의 불행 ‘극단적 선택’ 막을 방법 있다

1980년 구 소련에서 일어났던 일은 정신과 역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페레스트로이카(개혁)를 선언한 고르바초프 는 알코올 제조와 판매를 엄격하게 규제했다. 이후 자유의 기쁨을 얻고 알코올 소비량은 감소한 소련 국민의 자살률은 1984~1986 사이 40%나 급감하는 변화를 가져왔다. 당시 유럽 22개 국가의 자살률은 3% 수준이었다.  환경의 조절이 인간의 자살 행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다.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에 의하면 자살은 인간 사망 원인의 15번째다. 저개발 국가에서는 젊은 남성과 시니어 여성의 자살이 많은데 비해 선진국은 중년 남성의 자살이 많다고 한다. 특징적인 것은 세계 어디서나 15-29세 사이 젊은이들의  첫 번째 사망 원인은 교통사고이고 두 번째가 자살이라는 것이다.   자살률은 연간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숫자로 계산된다. 세계 평균은 11.4명이고, 미국은 12.6명으로 나타났다. 이태리는 10명 이하로 적은 편이다. 반면 한국은 오랫동안 28명( 2007년에 출판된 Comprehensive Textbook of Psychiatry, by Sadock)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 최근 26명으로 약간 줄어들었으나 아직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한국의 높은 자살률도 문제지만 이민자들은 떠나온 조국의 자살률과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는 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최근 남가주 거주 한인들의 자살이 늘었다는 보도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이민자 커뮤니티는 독신이나 이혼한 사람,실업자,노인,성소수자의 자살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어린 시절의 학대 경험은 세포에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본래의 유전자가 제대로 나타나는 것을 막는다고 한다. 이로 인해 어린 시절에는 행동 장애, 어른이 되어서는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살의 위험은 개인과 가정에 따라 다르지만 우울증, 양극성이나 불안 장애, 술이나 마약 중독, 조현병, 섭생 및 인격 장애, 과거의 상처,만성 질환, 과도한 스트레스 등은 주의해야 한다.   우울증의 경우 항우울제 약물 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하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양극성 장애는 정서 변화가 심하고 심한 불안증상 때문에 자살 위험이 매우 높다. 게다가 이들은 술이나 마약에 중독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적절한 약물 치료와 상담을 통해 꾸준하게 치료하면 회복이 가능하다.     정신적 장애가 있는 경우 리티움,항경련제,항정신제 약물 중에서 본인에게 잘맞는 것을 선택해 꾸준히 복용하면서 직업을 유지하고 취미 생활도 즐기는 환자도 많다. 어느 도시에서 상수도 물에 리티움을 섞어 공급했더니 자살이 많이 줄었고 공격적인 범죄도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알코올 중독자 가운데는 잘 생활하는 듯 보이다가 어느날 갑자기 자살을 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인간 관계에 문제가 생기거나 실직 등 경제적 불안을 경험하는 순간 자신감을 잃고 자살의 위험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상담과 함께 약물 치료가 중요하다. 과거  그룹 치료 스폰서들은 정신과 약물 치료를 반대했다. 하지만 약물 치료의 효과가 큰 것을 알게 되면서 부터는 달라졌다.     조현병 환자는 5-10%가 자살을 한다. 특히 젊은 사람이 진단을 받게 되면 다가올 인생의 내리막길을 예감, 자살의 위험이 커진다. 필자가 레지덴트 2년차 때 치료했던 젊은 백인 군인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육군에 입대했던 그는 조현병 증상 때문에 전역이 불가피했고 사회 적응을 위한 예비 과정으로 우리 병동에 잠시 머무르고 있었다. 그는 조용하고 침울했던 젊은이였다.   하지만 그는 휴가 차 집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가족에 따르면 그는 앞으로의 삶에 대우 매우 걱정했다고 한다. 그를 치료했던 우리는 깊은 상심에 빠졌다. 그는 나의 첫 번째 자살 환자였다.   암이나 중풍,당뇨,간질, 파킨슨씨병, 두뇌나 척추 손상 등의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도 수면이나 식욕에 변화가 오고 사회적으로 고립됐다고 생각하면 희망을 잃고 자살의 위험에 빠진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이를 사전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은 그저 “지루하다”는 말을 자주 하거나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고, 폭식에 하루종일 잠만 자기도 한다. 당연히 성적은 바닥을 친다.   초중고생의 약 12.5%가 정신과적 치료를 필요로 한다는 조사 보고서도 있다.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가족의 위기 등  갑자기 혼돈스러운 상황이 되면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학생들은 학교와의 협력을 통해 학교 생활을 도와주고, 약물 치료, 운동 등 규칙적인 하루 일과를 통해 생활의 리듬을 찾게 해주면 도움이 된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가족 불행 사람실업자노인성소수자의 자살 명당 자살자 자살 행동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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